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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작

종이학 / 백난작

난자기 2016. 12. 6. 00:46
어느 늦은 가을
길가에 낙엽들이 쓰려져 웁니다
눈물이 흘러 온몸을 적십니다
스스로 눈물에 녹아 땅속으로 스며들어 거름이 됩니다
지하방에 물건을 가지러 가듯이 자연스럽게 말입니다
죽음이 없으니 당연히 묘비는 없습니다
꽃으로 있었던 세상과
낙엽으로 뒹구는 세상은 다르지 않습니다
비자없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국경의 경계선입니다
그 경계에는 언제나 치열함이 있고 환희와 애가가 있습니다
알고보니 이번에만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매번 그러했습니다
수천, 수만의 이름없는 들꽃들도 그러했습니다
천개의 종이학을 접습니다
하나, 둘 , 셋...
심장에 한방울씩 피가 모입니다
머리부터 천천히 심장의 고동이 전해 집니다
발끝의 모세혈관이 잔뜩 부풀어 오릅니다
깃털들이 외칩니다
이제 날개를 펼치라고
천마리의 학이 날아오릅니다
종이로 접힌 학입니다
붉은 피가 흐르는 학의 비행입니다
종이로 있었던 세상과
붉은 피가 젖줄같이 흐르는 세상은 다르지 않습니다
종이는 재료일 뿐입니다
종이는 나무에서 왔습니다
나무의 가능태는 나무가 정합니다
나무는 종이를 시켜 자기 위에 사뿐히 내려 앉는 학이 되고 싶었던 게지요
그래서
가을마다 낙엽들은 서로 부둥켜 안고  울었던 거지요
죽음이 슬퍼서 울었던 것은 아니랍니다
어느 이른 여름날
석양 너머로 시리도록 흰 종이학 한마리가
날아갑니다
 -白卵作, 종이학-

 

 

 

 

가을이었고
나무는 기다립니다
누군가는
종이에 피를 수놓아
학을 낳구요
나무는 말합니다
어서 오라고
스스로
다가갈 수 없어
우주에게 말했지요
바람결 날개펴라고
그리하여
나무의 자식을 보듬습니다
내 속의 넌,
우주를 배경으로
함께 숨쉬는 나그네라고
나무의 자식이
하나 둘 흩어진다

 

나무야..

 

 -酌作-

 

 

마이 다니지는 않지마는
등산을 하다 보마는 나무들을 마이 본다
구불구불 휘어지고 뒤틀어진 나무들을 보마는 다들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는디...그기 먼지 아나?

휘어지고 뒤틀어 지기 시작한 지점에 반드시 있는 것.....
바로 옹이다
지금까지 자라며 만들어 진 결이 소용돌이 쳐지고 뭉쳐지는 곳....옹이
변곡을 많이 겪은 나무는 옹이가 많다
질이 별로 좋지가 않제
옹이에 못질 해본 경험들 있제?

잘 안박힌다
쓰고자 하는 재료로서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으로서는
쓸모가 별로 엄따
그러나 나무 자신으로서는 대견하기 그지 없는 상처것제...

- 作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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