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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기 술묵고 터진 시 1 / 백난작 본문

난작

난자기 술묵고 터진 시 1 / 백난작

난자기 2017. 2. 20. 15:40

 

 


늦은 아침

갑자기 눈이 뜨인다

밤새 무슨 일이 있었던가

어젯밤 나를 놓아버린 시간들은

구름으로 떠다니고

새장 밖에는 새의 날개가 퍼득이는데

나는 여기서 모이를 쪼고

고개들어 하늘만 멍 하니 쳐다본다

그 하늘은 터널처럼 휑하다

오늘은 아버지의 땅에 가서
집을 짓는게 좋겟다
어머니가 웃으실거야
땅을 파고 씨앗을 심고
나무와 풀과 돌들을 부르자
사랑도 부르자
어화둥둥 내사랑
맷새 둥지에 뻐꾸기 새끼도 이쁜 내사랑
옷나무 독기 서린 가지도
찔레꽃 날 선 가시도
어화둥둥 내사랑
뱀의 독니도 빗물에 녹아 흐른다
아직 설익은  시린 사과를 위해
과수윈도 만들면 좋겠다
바둑이가  과수원 한 켠에 오줌을 싸고
제 땅이라고 우긴다
웃긴다
바둑이는 우기는 것이
웃긴다는 것을 모르는것 같다
구름이 걷히자 햇살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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