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망둥어 날다 / 백난작 본문
달이 차오르고
파도가 멀어지자
갯벌속 망둥어 한마리
머리를 치켜들고 기도를 한다
오늘도 일용한 양식을 달라고
망둥어야!
너는 기어야지
배로 땅을 문지르며 기어가야지
너의 아버지들도 수만년 동안
흙구덩이 속에서 그렇게 지내왔어
흙수저로 밥을 먹고
온 세상 갯벌을 깨끗이 청소하며
푸른 바다를 더욱 푸르게 가꾸었지
너 없는 이곳은 상상할 수가 없어
그만큼 너는 소중해
너는 물고기가 아니야
네 짧고 뭉턱한 지느러미를 봐
헤엄치라고 있는게 아니야
불편하겠지만 기어다닐 때 쓰도록 해
너는 악어도 더욱 아니야
네 짧고 뭉턱한 지느러미를 봐
걸어다니라고 있는게 아니야
불편하겠지만 잠시 헤엄칠 때 쓰도록 해
그러니 너무 멀리 가지도마
이곳을 벗어나면 죽음뿐이야
여기가 제일 행복할 거야
내가 지켜줄께
나에게는 네가 너무 소중해
망둥어는 행복했다
행복에 겨워 잠 못이루던
어느날 밤
망둥어 머리 위에 별이 반짝였다
별을 잡으려
몸을 뒤틀어 솟구쳐 뛰어 올랐다
아!
그것은 괭이 갈매기의 눈이었다
갈매기 안으로 빨려 들어가면서도
또렷하게 들리는 그 소리
" 숭어가 뛰니 망둥어도 뛰네
분수도 모르고...."
망둥어는 일용할 양식이 되었다
망둥어 날다 / 백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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