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영송 / 홍용선 본문
태양이 하늘 문을 활짝 열어놓고 마냥 불을 뿜어대는 한 여름,
금년 따라 너무 뜨거운 폭염에 현기증이 나고 숨이 막힌다
초복에서부터 중복, 말복이 다 가도록 계속된 찜통더위가 벌써 몇 주 째인가
계속되는 무더위속에서 한 줄기 바람과 한 줌의 그늘이 그리워 매일같이 소나무를 그린다
비지땀 흘려가며 그린 소나무가
어느 새 40그루 째인가 50그루 째인가
그리운 게 그림이요, 그림은 그리움을 그리는 것이니 매일같이 그리운 걸 그리면 그리운 것이 그려질까,
그리운 것이 이루어질까
어느새 입추가 지나고 처서가 되자 아침저녁으로 한 줄기 선선한 바람이 일어나 타는 가슴을 적셔 주기 시작한다
드디어 내가 그린 소나무들이 바람을 일으키고 한 조각 구름을 피어내 푸른 그늘을 만드는가,
적송가지 위에서 청풍이 일고 푸르른 솔잎 속에서 청류가 일렁인다
아!
내 마음 속에 그대를 그립게 그려 정중하게 맞아들이니 그대도 내 그리움을 알고 따라 보답하는가, 따라 현현하는가
소나무야
ㅡ홍용선, 영송ㅡ
소나무들아!
내 속에 소나무들아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