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민달팽이 / 백난작 본문

두꺼비한테 속아서
헌집 주고 새집 못받고
집없이 산다
두꺼비가
천냥 시주하고 백날 기도하면
집이 생긴다고 해서
태백산 꼭대기 정한수 바치고
밤낮으로 기도했는데
태백산 신령이 말하길
원래 집이 없을 팔자니
집없이 그냥 살아 가란다
그래서 민달팽이는 집 없이
벌거벗고 산다
껍질 달팽이가
큰 집을 지고 느릿느릿 지나간다
껍대기는 가라
껍대기는 가라
새벽까지
껍대기는 가라고 소리치다
죽은 소라껍질 속으로 들어가
침묵한다
마침 육지로 올라온 거북이가
소라껍질 속
이방인을 내치더니
조용히 자기 알을 낳는다
ㅡ민달펑이, 난자기-
우리는 성찰하지 못하고
원망할 줄도 모르고
반항할 줄도 모르고
분노할 줄도 모르고
울며보채기밖에 못한다
소라고동속에서 줘꼬리만한
행복에 겨워할뿐
나약하고 나약해져 있는 민달팽이들이다
'난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독에 대하여 / 백난작 (0) | 2017.07.20 |
---|---|
재회 / 백난작 (0) | 2017.07.08 |
내가 사는세상 / 백난작 (0) | 2017.05.17 |
미망 / 백난작 (0) | 2017.03.09 |
난자기 술묵고 터진 시 2/ 백난작 (0) | 2017.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