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재회 / 백난작 본문

어젯밤
바람이 구름을 걷어가 버렸다
바람은 어린시절
세발 지전거 패달에 앉아
바퀴가 한 번 두 번 구를때 마다
기억을 두드리고
여름 그 어느 날 마을 앞 개울에서 멱감던 아이가
익사를 하고, 운명이었다 하고
얼굴이 하얀 긴 머리 여자 아이가 전학을 가고,
아버지따라 가야한다 하고
소꼴을 잘 베던 비쩍마른 아이는
서울로 가고, 돈을 벌러 떠났다 하고
어둡도록 같이 놀던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밥먹으러 가야한다 하고
세월은 그렇게 흘러가고
기억은 마구 뒤섞이고 찢어지고 달아나고
나를 지우고
삶의 가시가 골수를 찌르고
지난 시간들이 의식 저 너머에 떠다니고
어제는
친구 어머니 장례식장에 가서
영정사진에 대고 꾸벅 두 번 절하고
술을 마셨다
별이 더 또렸해 지고
기억속으로 가는 길 언저리가 밝아졌다
돌이 된 잎사귀처럼 누워있는 나를
내가 아닌 나를 깨우지 못하고
도망쳐 나왔다
잔잔한 바다처럼 모든것이 조용해졌다
바람이 바다위를 살랑 거렸다
- 백난작, 재회 -
-남궁옥분,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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