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밥숟갈을 닮았다 / 최승호 본문
움푹해라 내 욕망은
밥숟갈을 닮았다
천만 개의 숟갈이
한 냄비에 덤비듯
꿀꿀거리고
덜그럭대는 서울에서
나도
움푹한 욕망 들고
뛰어가고
보름달 뜨면
먹고 싶어라
둥근 젖
움켜쥘 그때부터
나는 아귀였던가
부르도자가
움푹한 입 벌리며
굴러가고
기름진 돼지 머리가
웃고 있는
좌판 위의 서울
움푹해라
뒤뚱거리는 영혼도
밥숟갈을 닮았다
죽어서도
배가 부르게 해주십사
거위 주둥이를 벌린다
ㅡ최승호,
밥숟갈을 닮았다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