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도봉산 / 윤재철 본문
석관동에서 멀리 바라보이는
도봉산은
느릿느릿 풀을 뜯고 있는
공룡 같기도 하고
다리 사이로 고개를 누이고
조용히 잠든 공룡 같기도 하다
때로는 보이다가
때로는 스모그에 잠겨
보이지 않는데
늘 거기 그 자리
말 없이 서 있다
삶이
고달프고 지칠 때는
산도 지쳐 보이고
생활이 슬프고 쓸쓸할 때는
산도 함께 슬프고 쓸쓸하다
그러나 거기 늘 있어
가끔은 고개를 젓는다
그게 아니라고
조급해 하지 말라고
삶은 애초에 평등하고
자족한 것이라고
물이 흐르는 듯
산이 거기 서 있는 듯
관념도 욕망도
아무것도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다
참으로 오랜 숨결
나의 숨결
하나의 기억
산은 말없이 그렇게 서 있다
ㅡ윤재철, 도봉산ㅡ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들 / 이우성 (0) | 2019.01.09 |
---|---|
마루 밑에서 보낸 한 철 / 김남호 (0) | 2019.01.03 |
족필 / 이원규 (0) | 2019.01.01 |
Life / 윤재철 (0) | 2018.12.31 |
금동반가사유상 / 송찬호 (0) | 2018.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