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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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 이하석

난자기 2015. 12. 16. 10:09

 

나무 사잇길이
밝게 부르는 것 같다
흐르는 마음이
닦아서 편편해지는 게
길의 힘이어서
산비탈도
길로 내려서면 나른해진다
길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인 집에서 나와
가출의 그림자가
길어지는 오후,
아무도 내다보지 않는
기척에도 귀 기울이며
사람들은 제 설렘들을
몰래 그 길에 내어 널어 말린다
사람들이 오간 기억으로
길은 굽이친다
아침에 길 쓸며
제 갈 길 닦은 이는
제 길의 은짬에서
낮에 죽고
누가 그를
길없는 비탈로
밀어 올리는지
가파른 산길이
새로 생겨난다
그 길은
추억들로 환해지다
닫히리라
바람도 한동안은
그 길로 해서
산자들의 마을길을
기웃거리리라
아침에 또 누가
그런 바람이 부산하게
다녀간 길을 쓴다

ㅡ이하석, 길ㅡ

 

※ 은짬 ; 이야기의 여러 부분 가운데 은밀한 대목

 


 

[작자기] [오전 11:12] 세번이상 소리 내어읽으마 마술공처럼 툭튀어나온다네 언넘이귀찮게하노카민서

[난자기] [오전 11:14] 百讀意自現이가?
[작자기] [오전 11:15] ㅋ 훈장일세
[작당이] [오전 11:15] 굳이 일글라 카지말고 걍 접어두게
[작당이] [오전 11:19] 이런 으심 가져본 적 엄나 세상의 모든 시는 다 일글만한 가치가 있는거신가?
[수자기] [오전 11:26]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마라 캣다

[작당이] [오전 11:27] 오늘으 시를 두고 얘기하는 거슨 아니니 오해친 말고
암튼
세상에 쏟아지는 모든 글들 중에는 일거 유익한 거또 이꼬
쓰레기도 이따
쓰레기 같은 소설도 이꼬
쓰레기 같은 논설도 이꼬
쓰레기 같은 기사도 잇는데
시라고 엄껬냐는 얘기네

 

[작자기] [오전 11:28] 읽을만한가치?

시인에게서
태어난 시중에
읽히거나
암송하는게
과연 몇편일까

사람,
가치있는 자
어디매뇨
공동묘지에서외쳐보네

 

[수자기] [오전 11:29] 내생각은 다르다 각자의 가치가 다르드시
어떤글은 지금 쓰레기나 3류로 치부받다가 시간이 지나서 인정받는 경우가 많따
예를들어


[작당이] [오전 11:29] 무진기앵 야그할라카는기제
[수자기] [오전 11:30] 고거또이꼬
[수자기] [오전 11:35] 고흐,그림이지만

[난자기] [오전 11:42] 박쥐들의 대화 - 

저거 인간들은 참 희안한동물이야

 

왜?

 

쟈들은  신체가장자리 눈썹 밑에 구멍 두개가 있는데 그 구멍으로 뭘본데

 

본다는게 뭐야?

 

반사된 빛이 그기로 들어가서 사물을 인식한데네

 

참 희안한 동물이네! 아니 우리처럼 초음파로 감지하마 밤에도 핀할낀데 와 저라고 산다나?

 

진화가 덜된 하등동물이자나, 니가 이해해ᆢ

 

쟈들 참 안됐다ᆢ쯧쯧

 

[작당이] [오전 11:43] 어떤 거시든 보편을 득하고 있는 거슨 살아남는다
고흐의 그림은 살아남아찌만 그 동시대 무수한 화가의 그림은 잊혀져찌
쓰레기라는 으미는 잊혀져도 무방한 것이라는 거네


[난자기] [오전 11:47] 세계는 그대로다
박쥐가 보는 세상과 인간이 보는세상은 같을까?


[난자기] [오전 11:52] 모두가 시인의 눈은 가지고있지만 모두가시인은 아니다
시인은 글로 세상을 보는 사람이다


[작당이] [오전 11:55] 글이 쓰레긴지 아인지 명확히 판명할 심판관이 하나이따
바로 글쓴이다, 보조 심판은 시간, 기억되거나 잊혀지는 것


[난자기] [오후 12:04] 심판안해도 된다


[작당이] [오후 12:04] 울나라 문단의 사정으로 볼때 개나 소나 시인이고 소설가제


[작당이] [오후 12:06] 우리가 읽는 시 중에는 그 개나 소가 쓴 시도 있을기고...


[난자기] [오후 12:06] 글도 사람과 마찬가지로,죽고한다
이름을 못남기고 죽는다고 그 삶이 무의미 한거는 아이라꼬 본다


[작당이] [오후 12:08] 소아적으로는 그러타

 

[작당이] [오후 1:05] 가마이 보마는 우리가 하는 말들은 대개 개별적자아의 목소리다

 

먼저 난자기의 말이다
[글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태어나고 죽고 한다
이름을 못남기고 죽는다고
그 삶이 무의미 한 거는 아이라꼬 본다]

 

이 말은 개인의 개별적 행위가 설사 보편적이지 않다 하더라도 누군가에 의해 가치판단을 받는 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얘기인 듯 하다
(보편에의 지향을 저버린 개인의 가치라는 것이 과연 유효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다음은 수자기의 말이다
[내 생각은 다르다 각자의 가치가 다르드시
어떤 글은 지금 쓰레기나 3류로 치부받다가 시간이 지나서 인정받는 경우가 많따]

맞는 말인데, 여기서 수자기가 의도한 바는 각자의 가치가 다르드시 시대의 가치도 변할 거시다
고로 개인의 개별적 행위에 대한 가치판단은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있는 거 가따
(개인의 가치가 다르다는 것이 시대의 가치를 변하게 맹그는 거시 아이고
개인의 가치들이 보편으로 통합될 때 시대의 가치가 변하는 거시다)

 

마지막으로 작자기의 말이다
[사람,
가치 있는 자
어디매뇨
공동묘지에서 외쳐보네]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있으리오 죽음 앞에서는 모두 매 한가지 인 것을…
이런 얘기제?
(물타기 할래?)


[작자기] [오후 1:47] 헐
창과방패를파는튀어난작일세


[난자기] [오후 2:11] 작당이는 보편주의가?
[난자기] [오후 2:12] 모든 개별적 사물의 밑바탕은 보편적 일반성이 지배하고 있으므로, 개별적 현상보다는 보편이 참된 실재라고 보는 태도.


[작당이] [오후 2:16] 요즘 내가 밀고 있는 관계적 자아에 근거한 얘기다
우리가 흔히 착각하고 있는데
개별적 자아는 현실에 존재치 않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을 하는 듯 해서리...

[수자기] [오후 2:24] 관계적자아
상대가 없는 나란 존재는 무의미하다 관계적 나로써가 입체적이다  관계하러가자
  관계 지대로 하자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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