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오막살이 집 한 채, 장석남ㅡ 본문
나의 가슴이
요정도로만 떨려서는
아무것도
흔들 수 없지만
저렇게 멀리 있는,
저녁빛
받는 蓮잎이라든가
어둠에
박혀오는 별이라든가
하는 건 떨게 할 수 있으니
내려가는 물소리를 붙잡고서
같이 집이나 한채 짓자고
앉아 있는 밤입니다
떨림 속에
집이 한 채 앉으면
시라고 해야 할지
사원이라 해야 할지
꽃이라 해야 할지
아님 당신이라 해야 할지
여전히
앉아 있을 뿐입니다
나의 가슴이
이렇게 떨리지만
떨게 할 수 있는 것은
멀고 멀군요
이 떨림이 멈추기 전에
그 속에 집을 한 채
앉히는 일이
내 평생의 일인 줄
누가 알까요
ㅡ장석남, 오막살이 집 한 채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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