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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 / 이문재

난자기 2015. 12. 17. 10:28



나 잡목 우거진 고랭지

이 여름, 깊은 가뭄으로 흠뻑 말라 있으니

와서, 어서들 화전하여라

나의 후회들 화력 좋을 터

내 부끄러움들 오래 불에 탈 터

나의 그 많던 그 희망들 기름진 재가 될 터

와서, 장구 북 꽹과리 징 치며

불, 불 질러라, 불질러 한 몇 년 살아라


한때 나의 모든 사랑, 화전이었으니

그대와 만난 자리 늘 까맣게 타버렸으니

서툴고 성급해 거두지 못하고, 나누지 못하고

뒤돌아보지 않고 다른 숲을 찾았으니

이제 나, 잡목 우거진 고랭지

와서 불질러라,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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