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나무도마를 만들다, 김영희ㅡ 본문
고르지 못한 표면을 대패로 민다
푸성귀들의 발자국을 찍고
이파리의 실핏줄을 받아내기 위해
나무도마를 만든다
나무도마를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다
횡단면과 절단면을 찾을 수 있을까
플라스틱 도마를 분리수거함에 넣으며
함께 젖어보지 못했던,
다 같이 쩔쩔매보지 못했던,
반지르르한 거부의 순간들을 반성한다
나무의 숨소리를 결결이 밀어서
둥근 도마를 만들어야지
칼날의 흔적조차도
그대로 묵인하는 나무도마를 만들 거야
ㅡ김영희, 나무도마를 만들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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