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삼천포에 가면 본문
삼천포, 삼천포, 삼천포
세상 모든 벌거벗은 나무들이
들뜬 걸음으로, 봄을 바라보며
남쪽으로 걸어가고 있는 이월,
늑골 깊숙이 숨어 있는 삼천포를
가만히 불러내어 본다
햇살처럼 투명한
해풍처럼 부드러운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산다화 같은 내 사랑
삼천포, 삼천포, 삼천포
아침 햇살이
집집마다 균등하게
부족함이 없이 내리고 있을
잘게 부서지는 파도 위로
거칠게 부서져서 따사로워진 마음의 수면들 위로
넙치 빛 저녁 햇살이
16분 음표마냥 통, 통, 통 튀고 있을
삼천포에 가면
삼천포에 갈 수 있다면
충무, 마산, 진해
그 언저리에서 헤매다가
뒷걸음질 치며 돌아오고 마는……
내 마음이 남쪽을 바라
길게 목을 내밀고 있다
ㅡ최서림, 삼천포에 가면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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