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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에 가면 본문

삼천포에 가면

난자기 2021. 11. 3. 20:59

 

삼천포, 삼천포, 삼천포

세상 모든 벌거벗은 나무들이
들뜬 걸음으로, 봄을 바라보며
남쪽으로 걸어가고 있는 이월,
늑골 깊숙이 숨어 있는 삼천포를
가만히 불러내어 본다

햇살처럼 투명한
해풍처럼 부드러운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산다화 같은 내 사랑

삼천포, 삼천포, 삼천포

아침 햇살이
집집마다 균등하게
부족함이 없이 내리고 있을

잘게 부서지는 파도 위로
거칠게 부서져서 따사로워진 마음의 수면들 위로
넙치 빛 저녁 햇살이
16분 음표마냥 통, 통, 통 튀고 있을
삼천포에 가면
삼천포에 갈 수 있다면

충무, 마산, 진해
그 언저리에서 헤매다가
뒷걸음질 치며 돌아오고 마는……

내 마음이 남쪽을 바라
길게 목을 내밀고 있다

 

 

ㅡ최서림, 삼천포에 가면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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