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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일지

난자기 2023. 6. 21. 16:15

벌은 
야반도주하듯이 옮겨야 한다
남의 것 떼어먹고 
도망치는 사람처럼
그러나 
나는 꽃 속에 사는 사람
꽃 속으로 
떠나야 하는 사람이다
벌통을 옮기는 날은 
정해진 날이 없다
점심 먹다가도 
꽃 피었다는 소식이 오면
첫 별 머리에 이고
어둠 속으로 스미듯 달려간다
어느 날은 구름을 읽고
서둘러 떠나기도 한다
여기는 남쪽
바람이 
남은 아까시아 꽃을 떨군다
충청도 아까시아 꽃이
급히 오라는 전갈이 왔다

ㅡ이종만, 양봉일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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