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양봉일지 본문
벌은
야반도주하듯이 옮겨야 한다
남의 것 떼어먹고
도망치는 사람처럼
그러나
나는 꽃 속에 사는 사람
꽃 속으로
떠나야 하는 사람이다
벌통을 옮기는 날은
정해진 날이 없다
점심 먹다가도
꽃 피었다는 소식이 오면
첫 별 머리에 이고
어둠 속으로 스미듯 달려간다
어느 날은 구름을 읽고
서둘러 떠나기도 한다
여기는 남쪽
바람이
남은 아까시아 꽃을 떨군다
충청도 아까시아 꽃이
급히 오라는 전갈이 왔다
ㅡ이종만, 양봉일지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