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장마 본문

장마

난자기 2023. 6. 22. 14:00

神은 처마 끝에 주렴을 쳐놓고
먹장구름 뒤로 숨었다

빗줄기를 마당에 세워두고
이제, 수렴청정이다

산골짝 오두막에 
나는 가난하고 외로운 왕이다

나, 장마비 어깨에 걸치고 
언제 한번 
철벅철벅 걸어다녀를 봤나
천둥처럼 나무 위에 기어올라가 
으악, 소리 한번 질러나 봤나

부엌에서 
고추전 부치는 냄새가 
올라올 때까지
구름 뒤에 숨은 
神이 내려올 때까지
나는 
게으르고 게으른 사내가 
되려 한다

ㅡ안도현, 장마ㅡ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인의 비명  (0) 2023.07.02
단감  (0) 2023.06.28
양봉일지  (0) 2023.06.21
바깥에 대한 반가사유  (0) 2023.06.16
금풍생이  (0) 2023.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