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갓 켜낸 육송 무늬처럼 / 강신애 본문
ㅡ너희에게
집을 지어주마
바람 불면
펄럭이는 돛을 달고
달밤을 항해하는
뼈도 살도
환히 비치고
별빛이 손등에 와 박히는
뜬, 유자빛, 집
둥근 방 둥근 부엌 둥근 창...
아버지 손끝에선
나무도 부드럽게 휘네
ㅡ자, 꽃을 들여놓자
비닐벽 꽃그림자
멋진 마블링
양푼만한 구멍 숭숭
뚫어 숨통 틔웠지
나는
수치와 탐미의 범벅 속에
치자꽃치자꽃치자꽃치자꽃치자꽃치자꽃치자꽃
속 헤매 다녔네,
그 치사한 죽음의 내음새
폭우와 태풍으로
너덜너덜해진 비닐 수선하러
아버지 지붕에 올라가셨다
ㅡ위험해요 아버지 빨리 내려오세요
먹구름 속,
오히려
편안해 보이는 아버지
대패와 망치로
아귀가 맞지 않는
세상 문틀 깍아내고
찌그러진 각을 돋우며
떨어져나간 회칠 같은
거친 생계를 잠재웠지
피멍든 열 손가락
똑똑이 보이는
한 무더기 퇴비 곁에서
나는
어두워오는 하늘
치어다보며
발만 동동 굴렀다
다시 비뿌리고
뒤집히는 활엽의 바람 속
수천의 집을
허물고 지으며
갓 켜낸
육송 무늬처럼
투명해지신
아버지
가뭇없는
몸
ㅡ강신애,
갓 켜낸 육송 무늬처럼ㅡ
▲ 강신애 시인. ⓒ 창작과비평
"지금은 돌아가신 목수였던 아버지의 굳은살 박힌 손을 보며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았다"
"심지어 글을 쓰는 사람들조차도 믿지 않지만 나는 문학의 위대함을 믿는다"
"내 시가 몸과 영혼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내 아버지의 굳은살같은 것이었으면 좋겠다"
신이 손수건에/나를 한방울 떨어뜨려/코끝에 대고 음미한다//내 몸이 조금씩 흔들릴 때마다/나는 신께/세상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선물한다
-- '내 몸이 조금씩 흔들릴 때마다' 중에서.
[작작이]
인생길
그 거리에서
방 구하는
아버지!
술
한 잔
올립니다.
[작당이]
[수자기] 6송이가?
[작당이] 보시다시피
전혀...투명하지가 안타
저것을 투명하다고 보는 시인의 시선에 대해 동의한다면
어째서 그러한지 서술하시요
(2016년 대입 수능고사 출제 예상문제)
[수자기] 졸라리 투명한디‥
테가 다비는게‥
[작자기]
뼈도
살도
환히 비치는
육송 무늬,
아부지
등짝이지?
[작당이]
무늬를 가마이 들다보고 있자니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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