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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교실 / 정현종 본문

시창작교실 / 정현종

난자기 2017. 3. 14. 10:51

내 소리도
가끔은 쓸 만 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피는 꽃이든
죽는 사람이든
살아 시퍼런 소리를
듣는거야
무슨 길들은
소리 듣는 거보다는
냅다 한번
뛰어 보는 게 나을 껄
뛰다가 넘어져 보고
넘어져서 피가 나 보는 게 훨씬 낫지
가령 <전망>이란 말, 언뜻
앞이 탁 트이는 거 같지만 그보다는
나무 위엘 올라가 보란 말야, 올라가서
세상을 바라보란 말이지
어디 냇물에 가서
산 고기 한 마리를
무엇보다도 살아 있는 걸
확실히 손에 쥐어 보란 말야
그나마
싱싱한 혼란이 나으니
야음을 틈타
참외서리를 하든지
자는 새를 잡아서
손에 쥐어
팔닥이는 심장
따뜻한 체온을
손바닥에
느껴 보란 말이지
그게 세계의 깊이이니
선생 얼굴보다는
애인과 입을 맞추며
푸른 하늘 한 번 쳐다보고
행동 속에 녹아 버리든지
그래 屈伸自在굴신자재의 공기가 되어 푸르름이 되어
교실 창문을 흔들거나
長天장천에
넓고 푸르게 펼쳐져 있든지,
하여간
사람의 몰골이되
쓸데없는 사람이 되어라
莊子장자에
莫知無用用막지무용지용이라
쓸데없는 것의 쓸데있음
적어도 쓸데없는
投身투신과도 같은
걸음걸이로 나아가거라
너 자신이되
내가 모든 사람이니
불가피한 사랑의 시작
불가피한 슬픔의 시작
두루 곤두박질하는
웃음의 시작
그리하여 네가 만져 본
꽃과 피와 나무와
물고기와 참외와 새와
애인과 푸른 하늘이
네 살에서 피어나고
피에서 헤엄치며
몸은 멍들고
숨결은 날아올라
사랑하는 거와
한몸으로
낳은 푸른 하늘로
세상 위에
밤낮 퍼져 있거라

ㅡ정현종, 시창작교실ㅡ

막지무용지용이라. ..
쓸데없는 것의
쓸데있음을
생강하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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