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화성에 가면 / 백난작 본문
화성에 가면
우선 숨쉬는 법을
새로 배워야한다
춥고 기압이 낮고 산소가 적어서
지금까지 숨쉬어 온 방식으로 하면
凍死동사 내지는 질식사 한다
호흡은
짧고 신속한 날숨과
길고 느긋한 들숨으로 하되
횟수는 평소의 십분지 일 정도로
줄이는게 좋겠다
첨에는 호흡이 가빠도
좀 참아야 하며
날숨은 버리지 말고 주머니에
꼭 담아두고
들숨을 쉴때는
온몸의 구멍을 모두 활짝 열고
주위에 있는 공기를
죄다 빨아 들여야 한다
화성에 가면
햇볕 잘드는 남향 산기슭에
새가 둥지를 틀 듯
보금자리를 지어야 한다
거기에는 아파트도 없고 빌라도 없다
소유권도 없어서
목 좋은 곳에 땅을 파면 되는데
너무 과도하게
크게 지어서는 안되고
먹을 만큼 수확할수 있는
텃밭을 함께 만들되
텃밭에 심을 품종으로는
평균 기온 영하 80도에서도
잘자라는 품종을 택해야 하며
초속 500미터의 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보호막을 쳐주는 것이 좋겠다
집짓는 것과 농사짓는 법은
꼭 미리 배워둬야 하며
집값이 오르기를 기대하거나
여러채 집을 지어서는 안된다
화성에 가면
요리를 직접 해야 한다
재료는 텃밭에서 구하되
알갱이 하나 껍질 하나라도
버리지 말고
정성스레 손질해서
끓이고 삶고 무치고 데치면
임금의 수라상이 안 부러우니
항상 감사함으로
음식을 대하는 것이 좋겠다
조미료를 그리워해서는 안되며
마트는 없으니 절대 찾으려 애쓰지 말고
매일 소금으로 양치를 하여
아직 입속에 남아 있는 msg찌꺼기를
지우는게 좋겠다
화성에 가면
티브이도 노래방도, 인터넷도 없지만
그곳은
높이 25킬로미터의 올림푸스산이 있고
깊이 8킬로미터의 마리네리스협곡이 있고
초속 500미터나 부는 바람이 있고
이산화탄소가 얼어 붙은 빙하가 있고
아들 행성인 포보스와 데이모스가 있고
붉은 흙이 있고
저 멀리서 유리구슬처럼 반짝거리는
푸른 지구를 늘 바라볼 수 있는 멋진 곳
마르스의 땅
그 곳 세상을 알아 가기에 너무 바쁠것 같아서
외로움이나 고독을 즐기기는 틀린것 같다
기타 하나, 시 한 줄만 들고 가는것이 좋겠다
그곳은 호기심을 채워주는 곳이 아니니
경솔하게 행동해서는 안되며
지구인 티를 너무 내면
키가 4미터나 되는 다르스타르크스에게
추방당할 수도 있다
- 백난작 / 화성에 가면-
2018년 6월2일 (토) 독용산성 휴양림
화성탐사선 1호 [천창123] 출항
승선자
종운, 병진, 규태, 회송, 상호, 길환, 옥태, 정해, 용철
옥임, 정숙, 혜정, 솔향
엑스트라 성의, 재석, 윤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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