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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랑자의 노래 / 최하림 본문

부랑자의 노래 / 최하림

난자기 2019. 8. 14. 11:09

헤매는 자들아
헤매는 자들아
이제는 그만
마을로 돌아가
어린 날의
보리들을 보아라
서릿발같이 차거운 밤의
보리들을 보아라
이제는 그만
날리는 머리 풀어헤치고
밤이면 밤마다
시푸렇게 빛나는
네 하늘과 네 땅의
보리들을 보아라
보리들은
지천으로 자라서
사방을 가리언만
그대 눈엔
아무 보리 보이지 않고
산과 하늘에 넘쳐흐르는
보리밖에 보지 못하네

ㅡ최하림, 부랑자의 노래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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