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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기일기
얼마전 이정선의 8집앨범 수록곡인 '외로운 사람들'을 트롯가수인 임영웅이 '사랑의 콜센타'에서 불러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아마 가사에서 전달되는 애절함과 잔잔한 멜로디가 코로나에 지친 사람들의 심금을 꽤나 울린 모양이다 나는 이 노래를 5년전 '강허달림'이란 가수를 통해 들었는데 그때 느꼈던 감흥이 아직도 식지않고 가슴에 남아 있다 잠시 들어 보기로 하자 youtu.be/kKXH5nlFEno 약간 허스키한 보컬에 미묘한 바이브레이션이 째즈음악 특유의 끈끈함과 자유분방함과 어우러져 노래말처럼 외로움이 함박눈처럼 머리위로 펑펑 내릴것 같았다 도대체 이 외로움이란 무엇이기에 누구라도 행여 찾아오지 않을까 마음 설레게 할까? '거리를 거닐고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얘기들을 나누다가 집에 돌아와 혼자 있으면 밀려오..
저기 저 소나무 푸르다 푸르다 왜 푸른가 했더니 바늘같은 잎새로 지 몸을 찌르고 있네 잠들지 마, 잠들지 마, 잠들지 말라고 서로 찌르고 있네 이 겨울 다 새도록 뜬눈으로 푸르고 있네
겨울인데 비가 오네 우편함에 편지는 젖지 않겠지 편지가 젖으면 말이 얼룩이져 흘러내려 죽어갈거야 그러나 걱정하지마 우편함은 매일 비어있으니 젖을 편지는 없어 겨울비는 너무 처량해 풀은 이미 말랐고 잎을 떨군 나무도 뿌리를 닫은지 오래여서 겨울비는 곧 잘 길을 잃어버린대 찾는 이 없는 오래된 가수같이 늙은 성대로 추적추적 노래부르는 겨울비는 텅 빈 무대에서 길을 잃고 오지 않는 말들을 부르고 있어 "여보세요, 나에요" "여보세요, 나에요" "여보세요, 나에요"
새가 되고 싶은가 땅을 차고 올라 거칠것 없는 공간을 휠휠 날고 싶은가 송곳니를 포기할 수 없다면 새가 되지 말자 앞다리를 버릴수 없다면 날개를 가지려 하지 말자 새가 된다는 것은 부리로 살아가는것 씹지 않고 통으로 한 생을 삼켜 삭히는 것 뼛속을 다 비우고 핏물이 묽어져야 허파가 숭숭 바람을 맞을 수 있어야 기어이 창공으로 날아 오를 수 있다 ㅡ새, 백난작 ㅡ
텅빈 가을 들녘에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메아리가 있다 아직 온기가 식지 않은 재두루미 둥지가 있다 떠나는 계절에는 모두 정오가 되기전에 서둘러 설국열차를 타고 바람으로 흩어진다 마침내 찾아온 적멸의 시간들 휑한 들녘에 깃드는 오래된 안식 ㅡ 다시 가을을 보내고, 백난작 ㅡ
밭일을 끝낸 아버지가 나를 번쩍 들어 자전거 뒷자리에 태웁니다 자전거가 돌부리에 덜컹거릴때마다 엉덩이를 살짝 들고 아버지 등짝에 바짝 붙어 앉습니다 담배연기 베인 땀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고약한 아버지 냄새를 꽉 껴앉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패달을 더 세게 밟고 갑니다 단추가 풀어진 셔츠가 바람에 날립니다 아버지 나이가 되고 나서야 그 길에 다시 왔습니다 오래전에 멈춘 자전거를 탑니다 등뒤에 아버지를 태우고 서쪽 하늘로 달립니다 땀이 베인 낡은 셔츠를 입은 아버지가 등뒤에서 나를 꼭 껴앉습니다 주머니에 쪼그라든 청자담배갑이 등줄기를 눌러 아픕니다 이렇게 슬픈 아픔은 처음입니다 부존(부존)이 아픔만 주지는 않습니다 자전거길에 항상 서있는 아버지는 늘 즐거운 통증으..
흐린 가을이면 편지를 쓰고 싶다 단풍에게 붉은 잉크로 안부를 묻고 싶었다 초록이 그토록 힘겨웠냐고 왜 눈물은 붉어야 하냐고 가을이 전하는 말은 떠난 사랑뒤에 남은 허기 뜨거운 눈물 한 줄기 그리고 가볍게 버려지라는 것 가을이 전하는 말은 다시 올 첫차를 기다리는 설레임 한바탕 너즈븐한 개의 꿈들 그리고 천둥처럼 무겁게 개벽을 기다리라는 것 버려진 가을의 푸른 하늘이 아득하고 산은 붉게 무거워진다 '쉿, 떠들지마세요!' 마지막 유언을 남기고 가을은 떠난다
지루한 장마가 지나가더니 빚쟁이처럼 폭염이 찾아온다 세상에 진 빚이 많아 더위가 유독 나만 쫓아다니는지 심한 감기에 발열하듯 연일 몸이 끓어올라 끼니를 챙기는것도 귀찮아 진다 봄에 시설에서 꽃이 이쁘다고 키워보라고 하길래 화분에 심어 놓은 어린 풀포기 몇 개를 가져다 집앞 발코니 앞에다 심었더니 장마가 끝나자 연노랑의 꽃잎을 내놓는데, 나뭇꾼의 선녀가 벗어 놓은 잠자리 날개같은 옷깃이 바람에 살랑거리는 것이 여간 사람의 애간강을 흔들어 놓는 것이 아닌가 뒤늦게 이름을 알았는데 금화규라고 했다 열병에 걸린 몸을 간신히 붙들고 퇴근하면 금화규 보는 맛에 잠시 더위를 내려놓기도 했다 그런데 금화규는 꽃을 쳐다보는 재미도 있지만 꽃을 따서 말려서 꽃차로 먹으면 피로회복에도 좋고 자체로 식물성콜라겐의 보고라 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