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면벽의 유령, 안희연 ㅡ 본문
우리는
한달음에 달려가
입구에 세워진
푯말을 보았다
가장 사랑하는 것을
버리십시오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늙은 개도
그것을 보고 있었다
누군가는
버려져야 했다
기껏해야 안팎이 뒤집힌
잠일 뿐이야
저 잠도
칼로 둘러싸여 있어
돌부리를 걷어차면서
다다를 수 없다는 절망도
길을 주었다
우리는
벽 앞으로 되돌아왔다
아주 잠깐 네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늙은 개를 쓰다듬으며
나는
흰 벽에 빛이 가득한
창문을 그렸다
너를 잃어야 하는
천국이라면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ㅡ안희연, 면벽의 유령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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