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결단 / 백난작 본문

무우를 자르려고 칼을 들었다
칼날은 시퍼렇게 서 있다
이제 무우의 몸통을 지나는 일만 남았다
길은 여러갈래로 나있다
모두 끝은 검은 산기슭에 연해 있다
그 중 한 길을 택해 걸으면
다른 길은 길이 아니다
사바나 초원에 바나나 나무가 있다
배고픈 원숭이와 배고픈 사자가 있다
한 원숭이가 바나나를 따먹다가 사자에게 먹혔다
바나나를 포기한 다른 원숭이는 굶어 죽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원숭이는
그 자리에서 발만 동동 구르다 죽었다
칼날을 스친 빛이 어른거린다
푸른 머리채 밑으로
흰 몸통이 몇 안되는 수염을 달고 있었다
머리는 하늘을 쫒아 푸르고
흰 몸은 땅에 묻었다
무우를 다시 냉장고 구석에 밀어 넣고 말았다
ㅡ결단, 백난작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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