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대화 (18)
오자기일기
[작자기] [오전 8:12] 묵을 드시면서 무슨 생각들을 하시는지 묵집의 표정들은 모두 호젓하기만 하구려 묵을 먹으면서 사랑을 생각한다오 서늘함에서 더없는 살의 매끄러움에서 떫고 씁쓸한 뒷맛에서 그리고 아슬아슬한 그 수저질에서 사랑은 늘 이보다 더 조심스럽지만 사랑은 늘 이보다..
[작자기] [오전 7:08] 그 산에 동백사라는 절이 있더란다. 그 절에서 수행을 하던 주지스님이 득도 직전 아름다운 여인에 홀려 벼락을 맞아 바다에 떨어졌는데, 가사옷이 날아가 가사도가, 장삼이 날아가 장산도가, 날아간 상의가 상태도, 하의가 하의도가 되었더란다 손가락은 주지도, 발..
[작당이] [오전 12:52] 작작이가 용문객잔에서 노라도놀아야하는디 모래바람 칼잽이 붉은하늘... 이카자 마자 일분도 안되어 칼잽이 칼을 버리러 강가에 간다 어제는 칼을 갈기 위해 강가로 갔으나 오늘은 칼을 버리기 위해 강가로 간다 강물은 아직 깊고 푸르다 여기저기 상처 난 알몸을 ..
[작자기] [오전 8:31] 간장독 속에 어머니 들어가 있다 일곱 번씩 일흔 번을 달인 말씀 그득 채우고 물빛 고요히 누워 있다 세상에서 다지고 다진 슬픔들 덩어리째 끌안고 사뭇 까맣게 숯물 되었다 손길 닿지 않는 깊이에서 덜 익은 상처 꾹꾹 눌러 매운 숨결 풀고 있다 씻고 있다 대바람 소..
[출처] [#3 고도를 기다리며2008]|작성자 고고 [수자기] [오전 9:30] 오늘 같은날 가지만 남은 산에 올라가 판초우의 입고 쭈구리 앉아 삼포가는 길 읽으마 쏘옥 읽히겠다 이왕이면 화연이 닮은 점례델꼬 [작당이] [오전 9:41] 세상에는 눈물이 일정한 분량 밖에 없어. 다른데서 누가 또 울기 시..
[작자기] [오전 8:56] 쓰레기통 열자 음식 찌꺼기 엇섞여 뻘뻘 땀 흘리며 썩고 있는 중이다 아, 그런데 놀라워라 좌불한 스님처럼 그 속에 천연덕스레 앉아 싹 틔우고 있는 감자알 통 속이 일순 광배 두른 듯 환해지네 저 푸른 꽃 캄캄한 악취에도 육탈하는 것 따뜻하게 천도하는 저것이 바..
[작자기] [오전 8:40] 나 그에게 시간을 선물했네 나에게 남겨진 모든 시간을 내 심장이 멎은 뒤에도 두근대며 흘러갈 시간을 친구가 눈을 감던 그날 나 문득 두려움 느꼈네 이 사랑 영원할 수 있을까 나 그에게 시간을 선물했네 나 죽은 뒤에도 영원할 시간을 그 끝모를 사랑의 맹서를 ㅡ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