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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기일기
귀 떨어진 개다리소반위에 밥 한 그릇 받아놓고 생각한다 사람은 왜 밥을 먹는가 살려고 먹는다면 왜 사는가 한 그릇의 더운밥을 얻기 위하여 나는 몇 번이나 죄를 짓고 몇 번이나 자신을 속였는가 밥 한 그릇의 사슬에 매달려 있는 목숨 나는 굽히고 싶지 않은 머리를 조아리고 마음에 ..
고운사 가는 길 산철쭉 만발한 벼랑 끝을 외나무다리 하나 건너간다 수정할 수 없는 직선이다 너무 단호하여 나를 꿰뚫었던 길 이 먼 곳까지 꼿꼿이 물러나와 물 불어 계곡 험한 날 더 먼 곳으로 사람을 건네주고 있다 잡목 숲에 긁힌 한 인생을 엎드려 받아주고 있다 문득, 발 밑의 격랑을 보면 두려움 없는 삶도 스스로 떨지 않는 직선도 없었던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누군가 이 길을 부들부들 떨면서 지나갔던 거다 [난자기] 직선위에서 떨고 있는사람은 변화가 두려워 떨고있는가? [작당이] 저쪽으로 넘어가야만 하는 사람들은 변화를, 그리고 그 두려움을 안아야 할기고... 남아 있는기 좋은 사람들은 수구를 위하여 꼬장을 부리것지 다리도 흔들고, 자꾸 건너가면 다리 끈킨다꼬 구라도 치고, 실제로 끊을라꼬 칼로 줄을 써..
칠곡군의 한글교실에서 배우고 있는 할머니 250여명이 쓴 시에서 추렸다. 한 편 한 편이 꾸밈없이 소박하면 삶의 숨결이 고스란히 밴 진국이다. 살아온 날과 늙어감에 대해, 자식들과 영감님 생각하며, 농사일의 고됨과 보람에 대해, 배우는 즐거움에 대해 썼다. 맞춤법 틀린 것과 사투리..
겉은 질기고 속은 부드러운 크리넥스 티슈로 그대 가면을 닦는다 노고가 지나쳐 빛바랜 얼굴 볼 때 마다 두고 온 영광 굴비가 생각나고... 마른 바다닮은 너의 가면을 온 몸으로 닦고싶다
댓돌 아래 할짝이던 개가 있었다 오뉴월 염천,아버지 개 끌고 산으로 올라간다 삐삐선 엮어 개의 목을 두르고 가지 위로 걸었다 소나무 조금 휘청거렸다 개는 뭔 일인지 몰랐다 개,하늘 보며 뒤룽거린다 삐삐선이 풀렸다 땅에 떨어진 개 달려나간다 아부지 개 달아나요 냅도라 집으로 돌..
당신이 부르시면 사랑스런 당신의 음성이 내 귀에 들리면 한숨을 쉬며 나는 달아납니다 자꾸 말을 시켰죠 내 혀는 말랐는데 마당에서 키우던 개를 이웃집 개와 맞바꿉니다 그 개를 끌고 산으로 가 엄나무에 매달았어요 마당에는 커다란 솥이 준비 되었어요 버둥거리던 개가 도망칩니다 ..
올 지녁은 욕 한 뚝배기 묵고싶다 오래산단다 먼저 뚝배기를 열받게끔 불을 지피고 말근 물을 붓는다 물이 끓을 때 쯤 쌍시옷과 ㅈ을 듬뿍치고 개도 넣고 소도 넣고 부랄도 넣고 염병도 넣어가 팔팔 끓인다 아! 중요한거 하나 정직을 빠자물 뿐 했네 욕이 젤 맛있을라 카마는 이거 빠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