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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기일기
영리한 것보다는 정의로운 게 낫고 정의로운 것보다는 착한 게 낫다 하지만 四象體質도 두 가지쯤 섞여 있듯이 人性도 짬짜면이라 탄식이 이어진다 정의롭지 못한 영리함의 저속함이여 영리하지 못한 정의로움의 허망함이여 착하지 못한 정의로움의 역겨움이여 정의롭지 못한 착함의 막연함이여 그럼에도 굳이 하나만 골라 비교하자면 영리한 것보다는 정의로운 게 정의로운 것보다는 착한 게 낫다 보이는 것이 진실이 아니다 보는 것이 진실이다 ㅡ윤병무, 인성의 비교급ㅡ
우리는 너 나 없이 세상을 굴러먹고 다닌다 아버님, 오늘은 어디서 굴러먹다 오셨나요 아들아, 너는 어디서 굴러먹다 이리 늦었느냐 여보, 요즘은 굴러먹기도 예전 같지 않아요 이거, 어디서 굴러먹다 온 뼈다귀야 바퀴를 타자 우리 모두 후레자식이 되어 버렸다 ㅡ반칠환, 바퀴ㅡ 속도에 관한 명상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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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기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른 빵에 핀 곰팡이 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년 전에 죽은 시체 아무 부모도 나를 키워주지 않았다. 쥐구멍에서 잠들고 벼룩의 간을 내먹고 아무데서나 하염없이 죽어가면서 일찌기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떨어지는 유성처럼 우리가 잠시 스쳐갈 때 그러므로, 나를 안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너를 모른다 나는 너를 모른다 너당신그대,행복 너,당신,그대,사랑 내가 살아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ㅡ 최승자, 일찌기 나는 ㅡ 못 살겠습니다 (실은 이만하면 잘 살고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원한다면, 죽여 주십시오 생각해 보면 살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게 내 죄이며 내 ..
다섯 통의 전화를 받았다 세 통은 축하한다는 거고 나머지는 한잔 사라는 거였다 고맙다고 했고 지금은 마라도에서 유배 중이라고 했다 배가 끊겨 섬이 가벼워지는 날이면 아낙들은 점당 백 원짜리 고스톱을 치고 남정네들은 문어 삶아 술추렴을 한다 바쁘게 섬을 돌던 카트도 모처럼 주무시고 계시다 인터넷도 끊기고 에어컨도 돌아가지 않는다 내일이 백중인데 배가 끊겨 떡이 올 수 없다며 보살이 발을 동동 구른다 이번 부처님은 지지리도 먹을 복이 없나 보다 태풍 무이파가 몰려오던 날 어느 시인은 히말라야 산맥이 달려드는 것 같다 했고 섬이 흔들려 심한 멀미를 느꼈다 했다 오후가 되자 바람 끝이 사나워지고 바다는 하얀 이빨 드러내고 으르렁거린다 내일도 섬은 가벼워질 것이다 ㅡ김수열, 마라도에서ㅡ
하루가 천추인 생애 우주를 휑하니 돌고 도는 무한 시공의 여정 하루씩, 천 곱, 만 곱절 하늘엔 흰 구름 가고 바다엔 만파의 물굽이 하루를 살아도 생명은 영원 내 삶이 행복이어라 ㅡ전근표, 하루살이 여정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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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울하십니까? 돈 때문에 힘드십니까? 문제의 동영상을 보셨습니까? 그림의 떡이십니까? 원수가 부모로 보이십니까? 방화범이 될까봐 두려우십니까? 더 많은 죄의식에 시달리고 싶으십니까? 어디서 죽은 사람의 발등을 밟게 될지 불안하십니까? 혼자 있어도 혼자 있는 게 아니십니까? 개나 소나 당신을 우습게 봅니까? 눈 밑이 실룩거리고 잇몸에서 고름이 흘러내리십니까? 밑구멍이나 귓구멍에서 연기가 흘러나오십니까? 말들이 상한 딸기처럼 문드러져 나오십니까? 양손에 떡이십니까? 건망증에 섬망증? 막막하고 갑갑하십니까? 답답하고 캄캄하십니까? 곧 미칠 것 같은데, 같기만 하십니까? 여기를 클릭 하십시오 ㅡ김언희, 요즘 우울하십니까ㅡ
브래지어 착용이 유방암 발생률을 70% 높인다는 TV를 시청하다가 브래지어 후크를 슬쩍 풀어 헤쳐본다 사랑할 때와 샤워할 때 외엔 풀지 않았던 내 피부 같은 브래지어를 빗장 풀린 가슴으로 오소소― 전해오는 시원함도 잠깐 문 열어놔도 날아가지 못하는 새장 속에 새처럼 빗장 풀린 가슴이 움츠려든다 갑작스런 허전함 앞에 예민해지는 유두 분절된 내 몸의 지경이 당혹스럽다 허전함을 다시 채우자 그때서야 가슴이 경계태세를 푼다 와이어와 후크로 결박해야 비로소 안정을 되찾는 나는 문명이 디자인한 딸이다 내 가슴둘레엔 그 흔적이 문신처럼 박혀있다 세상 수많은 딸들의 브래지어 봉제선 뒤편 늙지 않는 빅브라더가 있다 ㅡ김나영, 브래지어를 풀고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