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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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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라고도할수엄찌 생각해보이행복해서꼬 아쉬우마행복주마시고 장지기장장주기지장장 몰래 숨겨놓은 여인 데불고 소문조차 아득한 먼 포구에 가서 한 석 달 소꿉장난 같은 살림이나 살다 왔으면, 한나절만 돌아도 동네 안팎 구구절절 훤한, 누이의 손거울 같은 마을 마량에 와서 빈둥빈둥 세월의 봉놋방에나 누워 발가락장단에 철 지난 유행가나 부르며 사투리가 구수한, 갯벌 같은 여자와 옆구리에 간지럼이나 실컷 태우다 왔으면, 사람들의 눈총이야 내 알 바 아니고 조석으로 부두에 나가 낚싯대는 시늉으로나 던져두고 옥빛 바닷물에 텃밭 떠난 배추 같은 생 절이고 절이다가 그것도 그만 신물이 나면 통통배얻어 타고 먼 바다 휭, 하니 돌다 왔으면, 그렇게 감쪽같이 비밀 주머니 하나를 꿰차고 와서 시치미 뚝 떼고 앉아 남은 뜻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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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하게 만든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을 지워버린다 멍게는 참 조용하다 천둥벼락 같았다는 유마의 침묵도 저렇게 고요했을 것이다 허물덩어리인 나를 흉보지 않고 내 인생에 대해 충고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멍게는 얼마나 배려깊은 존재인가? 바다에서 온 지우개 같은 멍게 멍게는 나를 멍청하게 만든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생각을 지워버린다 멍! 소리를 내면 벌써 입안이 울림의 공간 메아리치는 텅빈 골짜기 범종 소리가 난다 멍. ㅡ최승호, 멍게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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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화분의 흙을 쏟았더니 지렁이 한 마리 나와 꿈틀거린다 어떻게 살고 있었는지 갑자기 밝은 빛에 몸 둘 바를 몰라 도망도 가지 못한다 출렁거리는 몸짓과 앞뒤를 모르는 뒤엉킨 시간이 눈앞에서 꿈틀거렸다 직립으로 분주하던 시간들 칸칸이 혼자 살고 있다는 생각, 버렸다 다시 화분에 지렁이를 넣어주고 잘 덮어주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흙 속에 숨겨 두었다 ㅡ임재춘, 지렁이ㅡ
5층에 있는 직업소개소에서 신상명세서를 적고 나오는데 문 앞 복도에 누가 먹고 내놓은 짬뽕 그릇 보인다 바닥이 보일 듯 말 듯 남은 국물 1층까지 죽기 살기로 따라 내려오는 참을 수 없는 냄새 그 짬뽕 ㅡ신미균, 웃기는 짬뽕ㅡ
숱한 여자들과 잠자리를 한다 아름다운 여자들과, 그러고는 점잖은 사랑 시 몇 편을 쓴다. 나이 따위, 혜성처럼 나타나는 천재들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 맥주나 더 마신다 점점 더 많이. 그리고 경마장을 들락거린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그리고 딴다 가능하면. 따는 법은 배우기 어렵다 게으름뱅이라면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기 마련이다. 당신의 브람스도 부디 잊지 마시라 당신의 바흐도 당신의 맥주도. 과도한 운동은 삼간다. 한낮까지 내쳐 잔다. 신용카드를 피하거나 뭐든 제때 지불하지 않는다. 명심하길, 50달러 이상(1977년 기준) 줘도 아깝지 않은 하룻밤 상대는 이 세상에 없다는 걸. 그리고 사랑할 능력이 있거들랑 자신부터 사랑하되 짇고한 실연의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둔다 실연의 이유가 납득이 되든 안 되든..
점 하나 티끌로 이 세상 왔다가 하늘과 땅 사이 바람과 구름처럼 흔적도 없이 허공을 맴돌다 고향 찾아 가는 인생 한 방울 아침 이슬이어라 ㅡ전근표, 회향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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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행은 순전히 나의 발자국을 보려는 것 걷는 길에 따라 달라지는 그 깊이 끌림의 길이 흐릿한 경계선에서 발생하는 어떤 멜로디 내 걸음이 더 낮아지기 전에 걸어서, 들려오는 소리를 올올이 들어보려는 것 모래와 진흙, 아스팔트, 자갈과 바위 낙엽의 길 거리에서의 어느 하모니 나의 걸음이 다 사그라지기 전에 또렷이 보아야만 하는 공부 저물녘의 긴 그림자 같은 경전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끝없는 소멸을 보려는 것 이번의 간단한 나의 여행은, ㅡ장석남, 여행의 메모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