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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기일기
새벽은 새벽을 豫感하는 눈에게만 빛이 된다 새벽은 홰를 치는 첫닭의 울음소리도 되고 느리고 맑은 외양간의 쇠방울 소리 어둠을 찢어 대는 참새 소리도 되고 敎會堂의 鐘소리 始動하는 액셀러레이터 소리 할아버지의 기침 소리도 되어 울려 퍼지지만 빛은 새벽을 豫感하는 눈에게만 화살처럼 電光처럼 달려와 막히는 빛이 된다 새벽이 된다 빛은 바다의 물결에 실려 일렁이며 뭍으로 밀려오고 능선을 따라 물들며 골짜기를 채우고 용마루 위 미루나무 가지 끝에서부터 퍼져 내려와 누워 뒹구는 밤의 잔해들을 씻어 내어 아침이 되고 낮이 되지만 새벽을 豫感하는 눈에겐 새벽은 어둠 속에서도 빛이 되고 소리나기 以前의 生命이 되어 混沌의 숲을 갈라 한 줄기 길을 열고 두꺼운 暗黑의 壁에 閃光을 모아 빛의 구멍을 뚫는다 그리하여 새벽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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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린다 내딛는 발바닥의 온도가 일억 오천 살 앉은뱅이 행성의 뺨을 철썩 하고 후려칠 때까지 달릴 것이다 죽도록 달릴 것이다 ㅡ방수진, 대기만星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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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저 먼 하늘에 있지 않아 당연히 있어야 할 신이란 어디에도 없어 맨바닥에 엎드려 누군가를 기다리며 누군가를 위해 누군가의 길에 대해 기도해 본 자만이 신이 될 수 있지 밟고 밟히며 닳고 닳으며 누군가의 발이 되어 먼 길을 돌고 돌아 본 자만이 저물 무렵 집으로 돌아와 문과 길, 경계에 서서 자신의 헌신을 헌신짝처럼 잊는 누군가의 고단한 잠을 위해 꿈을 위해 다시 걸어갈 함께 걸어갈 길의 새벽에 대해 불을 꺼뜨린 어둠 속에서 한밤내 빌어 본 자만이 신이 될 수 있지 비로소 신이지 ㅡ이창훈, 신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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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점이 많다 별명이 점박이다 나는 한 문장으로 말할수 있는 단순한 사람이 아니다 나에겐 까만 마침표가 많다 복잡한 게 아니라 풍부하게 산다 문장을 다듬듯 알뜰살뜰 산다 밤하늘처럼 초롱초롱 추억의 문장이 빛난다 당신이 주어일수록 더 반짝거린다 ㅡ이정록, 칠성무당벌레ㅡ
밤의 도시를 바라볼 때처럼 명확해질 때는 없다 어두운 천지에 저마다 연등을 달아놓듯 빛나는 자리마다 욕정이, 질투가, 허기가 있다 이것보다 명확한 것은 있는가 십자가가 저렇게 많은데 우리에게 없는 것은 기도가 아닌가 입술을 적시는 메마름과 통점에서 아프게 피어나는 탄식들 일테면 심연에 가라앉아 느끼는 목마름 구할 수 없는 것만을 기도하듯 간절함의 세목 또한 매번 불가능한 물목이다 오늘은 내가 울고 내일은 네가 웃을 테지만 내일은 내가 웃고 네가 기도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만 울다 잠든 아이가 웃으며 잠꼬대를 할 때, 배 속은 텅 빈 냉장고 불빛처럼 허기지고 우리는 아플 때 더 분명하게 존재하는 경향이 있다 아프게 구부러지는 기도처럼, 빛이 휜다 ㅡ이현승, 빗방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ㅡ
비바람에 창밖 토란이 코끼리 귀 같은 잎을 펄럭이네 토란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꿈속까지 미끄러져 오네 창을 열어두고 잠이 든 어느 여름이었네 방바닥에 하얗게 빛나는 것이 있었네 토란 뿌리까지 내리는 비가 방바닥에 스며 솟구친 것이었네 장판을 걷자 점점 더 많은 빗물이 시멘트 위로 뿜어져 올라오네 토란이 쉴 새 없이 창을 턱턱 치네 그 거리에서도 바닥에 바다가 살았네 부글부글 솟아나는 물들이 빛나네 ㅡ박형준, 물들이 빛나네ㅡ
흙은 원고지가 아니다 한 자 한 자 촘촘히 심은 내 텃밭의 열무씨와 알타리무씨들, 원고지의 언어들은 자리지 않지만 내 텃밭의 열무와 알타리는 이레 만에 싹을 낸다 간밤의 원고지 위에 쌓인 건방진 고뇌가 얼마나 헛되고 헛된 것인가 텃밭에서 호미를 쥐어 보면 안다 그 얼굴 하나하나마다 햇살을 담고 사랑을 틔운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내 텃밭에 와서 일일이 이름을 불러낸다 칠월, 아침밥상에 열무김치가 올랐다 텃밭에서 내가 가꾼 나의 언어들 하늘이여, 땅이여, 정말 고맙다 ㅡ김종해, 칠월 아침밥상에 열무김치가 올랐다ㅡ